오늘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 선수의 중국행이 결정되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정식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선수와 구단측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왓포드에서 김민재를 영입하고 싶다는 소식에 국내 팬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던 터에 나온 보도였다.

오랫동안 수비에 많은 문제를 노출해온 축구 대표팀에서 대형 수비수 유망주로 기대를 한 몸에 받던 김민재 선수인지라, 최초의 프리미어리그 출신 수비수가 나올거라는 기대감이 크던 상황에서 여론의 실망감은 상당한듯 하다.

기사의 댓글을 보면 비판을 넘어 비난과 욕설도 많고, 반면에 개인의 정당한 선택인데 비난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 사건은, 팬으로서나 혹은 한국인으로서의 실망감을 떠나서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우선 명심해야 할 것은 이 이야기는 왓포드의 영입제안이 공식적으로 이루어졌고, 구단측은 김민재에게 의사를 물었으며, 김민재는 그냥 협상이 마무리 되어가는 중국으로 가겠다는 의사를 타진하였다는 아래의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이야기하는 것임을 밝혀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4대 의무가 부여된다. 그 중 하나가 '병역의 의무' 이다. 이것은 돈이 많거나 적거나, 혹은 머리가 좋거나 나쁘거나 관계 없이 평등하게 부과되는 것이다. 그런데 병역을 면제 받는 이들이 있다. 아시안 게임 축구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민재 선수도 그 중 하나이다. 국민 모두가 공평하게 짊어져야 하는 병역의 의무를, 자기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했다고 해서 면제된다는 것은 결코 정의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현재의 병역혜택 제도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찬성의 입장을 가진 사람 중 하나이다. 왜 그럴까?

어떤 사람은 '국가대표는 말 그대로 국가를 대표해서 뛴 사람이므로 국가가 혜택을 부여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왜냐하면 국제 콩쿠르 등에서 입상한 예술인들도 병역 혜택을 누리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가대표가 아닌 개인의 이름과 자격으로 참가한 것인데도 말이다. 그러면 현재의 병역혜택은 무슨 취지인가?

정확히 말하면 '병역 의무의 면제' 개념도 아니고, 개인이 이루어낸 '지난 업적에 대한 포상'의 개념만도 아닌 것이다. 메달이나 국제콩쿠르 우승과 같은 결과물로 인해서 해당 분야에서의 특별한 능력과 재능을 인정받았기에, 군인으로서 보다는 해당 분야에 매진하고 헌신하는 방식으로 국가에 봉사하라는 취지이다. 이러한 취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규정이 3년간 해당 분야에 종사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만약 개인이 그간 이루어낸 과거 업적에 대한 포상의 의미라면, 이후 개인의 진로에 대해 국가가 강제할 권리 따위는 없다. 그러므로 그냥 '면제자'가 아니라 '예술·체육요원' 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BTS 병역혜택 논란이 불거지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BTS가 가수로서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훨씬 국가에 이익이 되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군대에 보내는 것은 국가적으로 실이 크다는 의견에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기에 그런 논란이 불거지고, 사회적인 논의가 일어나는 것이다. 소위 빠순이들이 단순히 "우리 오빠들 못잃어" 였다면 그런 의견은 이만큼 공론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잘난 놈들 밀어주기면, 아시안게임 금메달 김민재보다 BTS를 면제시키는게 취지에 맞다.

다시 김민재 선수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김민재 선수가 중국리그에서 뛰는 것이 국가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중국리그에 명예나 명성이 있는가? 아니면 기량발전에 도움이 되어 향후 국대에 기여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김민재 선수 본인이 편하게 돈버는 것 외에 국가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외화벌이라도 되지 않느냐고? 그럼 해외취업 하는 사람은 다 병역면제해줄까? 그런식이면 외화벌이하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에 좁은문을 뚫고 입사하면 군대 면제해주자. 헌법이 우습나?

김민재 선수는 아직 병역혜택을 받은 지 1년도 되지 않았다. 기간이야 어쨌든 당연히 해당 분야에서 국위선양을 하라는 취지로 혜택을 받은 자로서의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제 갓 1년도 되지 않았다면 더더욱 그러하다는 말이다.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무대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하여 활약하며 기량을 갈고닦아 한국 축구에 기여하는 것과, 개인이 그저 편하게 돈을 벌기 위해 아무도 높게 평가하지 않는 중국리그 따위에 진출하는 것, 무엇이 올바른 태도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혹자는 말한다.

"연봉 차이가 얼만데, 생판 남인 인간들이 남의 인생을 가지고 왈가왈부 하느냐"

말도 안되는 개소리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말할 자격이 있다. 말했다시피 김민재가 누리는 혜택은, 너 잘났으니까 군대 가지 말고 돈 많이 벌고 잘먹고 잘살으라는 것이 아니다. 축구로 국가에 기여하라는 것이다. 연봉 차이가 십억이든, 백억이든 그것은 본질이 아니다. 원래대로면 군대에서 몇 만원 월급받고 뺑이치고 있어야 하는데, 영국에서 고액 연봉을 받으며 개인의 기량을 발전시키며 커리어를 쌓을 기회를 얻으면 엄청난 특혜를 누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몇 만원에 인생의 황금기를 노예처럼 국가에 헌신한 많은 국민들이 그 특혜를 묵인해주는 것은, 그만큼 국가적 이익을 위해 기여하라는 기대 때문인 것이다. 거기다 대고 중국행은 연봉이 얼마가 더 많니 하는 소리를 지껄이는 것은, 만일 김민재 본인이라면 후안무치한 짓거리이고, 일반 국민이라면 개/돼지 인증하는 소리다.

김민재의 중국행이 만일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리고 병역혜택을 받은 선수들이 그런식으로 행동한다면, 지금의 병역 제도는 그냥 '불의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제도는 유지될 명분이 없어지는 것이고,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 김민재의 중국행이 가지는 의미가 이해가 되는가?

그러므로 만일 김민재가 중국으로 간다면, 그는 다른 국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받은 특혜에 대한 국민으로서의 의무와 책임감도 저버리는 것이고, 또 그간 체육인들이 누리던 병역혜택제도의 취지를 손상시킴으로서 후배 체육인들의 앞길도 막아버리는 행위인 것이다.

아직 22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선수가, 선수로서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키려는 생각은 없고, 나중에라도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중국에나 가서 편하게 돈이나 벌자는 생각으로 사는 태도 자체가 한심해보이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개인의 감상일 뿐이다. 그러나 김민재의 거취는 그러한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선 공적인 의제가 얽혀 있다.

그간 중국리그 선수들이 국가대표에 발탁되는 것에 대한 따가운 여론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유럽리그 오퍼 같은 것은 없는 선수였으니 그나마 핑계거리가 있었다. 김민재 선수는 왓포드가 영입을 제안하는 공식 문서가 확인된 상황이니 변명의 여지도 없다. 최종 사인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만일 김민재 선수의 중국행이 확정된다면 이 선수는 국가대표의 자격이 없고, 도의적인 비난의 소지가 충분하며, 현재의 병역제도 역시 재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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